[2023년 10월2주] 잉크픽 ㅣ 부계정 개설한 기관 2곳, 성과가 궁금해?

잉크닷 픽(pick)은 주간 단위 중앙행정기관의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분석하며 잉크닷 에디터가 눈여겨 본 콘텐츠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새로운 유형, 시도 또는 다른 영상과 차별된 부분이 보이는 영상을 선택하며 그 이유와 성과를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공공기관의 부계정 유튜브 채널 운영의 의미는?

최근 눈에 띄는 기사 하나가 있었습니다. 문화재청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중 하나인 '문화유산채널'의 구독자수가 무려 100만 명을 넘었다는 것이었는데요. 1주일도 되지 않았건만 지금 확인해보니 구독자수는 더 늘어나 111만 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문화유산채널[K-HERITAGE.TV]
The representative cultural heritage channel of Korea! Feel The Real Korean Heritage!「K-Heritage.TV」 Meets 「Cultural Heritage Visit Campaign」!The YouTube channels of 「K-Heritage.TV」 and 「Cultural Heritage Visit Campaign」 will be integrated. 「문화유산채널」,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을 만나다!「문화유산채널」과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의 유…

문화재청 공식 유튜브 채널이 있음에도, 좀 더 트렌디하게 우리의 문화유선을 소개하기 위해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일종의 부계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부계정임에도 문화재청 유튜브 보다 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고, 100만 구독자를 넘어 골드버튼을 수상한 놀라운 채널이기도 합니다.

'문화유산채널'과 같이 공공기관에서 공식 유튜브 채널 외에 별도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는 모습이 최근 눈에 띕니다. 문화유산채널이야 뚜렷한 컨셉이 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성과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만, (그럼에도 영상의 조회수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일반 공공기관에서 멀쩡히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을 두고 부계정을 을 운영하는 이유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공공기관에서 부계정 채널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으며, 그 성과와 개설의 의미까지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최근 공공기관 부계정 개설한 곳은?

사실 유튜브 부계정을 개설한 기관은 많지 않습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공식채널에 영상을 올리는 것도 버거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잉크닷의 조사에 따르면 한 주간 기관이 평균 게재하는 영상의 수는 5건 내외. 많으면 20건까지도 게재하는 기관이 있기도 합니다만, 평균 게재 수만 놓고 보더라도 하루에 1건의 영상을 기획, 제작, 게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로 채널을 개설하고 영상을 더 제작한다? 예산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 보다 공수 투입의 여력이 없어 생각하기 어려운 일임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부계정을 개설한 기관이 있으니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입니다. (다른 기관에서도 부계정을 개설했을 수도 있습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안전한TV'라는 기관의 정체성과 어느 정도 연속성을 가지고 있는 채널을 개설하였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갈매로77'이라는 소속 공무원의 소소한 일상을 다루는 채널을 개설했습니다. (마침 두 개 채널의 성격이 차이를 보이고 있어 비교하기가 어렵지 않겠습니다.)

우선 '안전한TV'입니다.

안전한TV
대한민국 행정안전부의 재난, 안전 전문 대표 인터넷 방송입니다

행정안전부가 다루는 다양한 행정과 안전 분야 중에서도 '재난'이라는 주제에 집중한 채널을 표방합니다. 영상을 보더라도 다양한 재난상황에 대한 정보와 대응방법을 소개한 영상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현재 채널의 구독자수는 꽤 빠르게 성장해 8.3만명에 달하고 있는데요. 현재 행정안전부 공식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수는 9.22만명. 조만간 안전한TV가 행정안전부 채널의 구독자수를 추월할 것으로 보입니다.

개별 영상의 조회수 성과는 오락가락 하지만 1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보이고 있는 영상도 여럿 보입니다. 영상의 댓글을 살펴보면 이벤트를 진행하는 영상과 그렇지 않은 영상의 조회수 차이는 꽤 커보입니다. 채널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재난'에 대한 정보 확산보다는 안타깝게도 이벤트에 더 반응을 하는 모습입니다.

안전한TV에서 주목할 부분은, '재난'이라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별도의 채널을 꼭 개설해야 했는가? 입니다. 행정안전부의 영상을 보면 안전, 재난 주제 보다는 '행정'에 꽤 많이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더불어 최근 발생한 대형 사건사고와 정부의 대처 미흡 등으로 인해 재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매우 높아지고 있기도 하죠. 이러한 상황에서 '재난'을 주제로 하는 별도의 채널 구축은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행정안전부의 다양한 주제가 섞여 있는 공식 채널에 영상을 게재해서는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갈매로477'은 어떨까요?

갈매로477
요즘 공무원들의 먹고사는 이야기

안전한TV에 비해 갈매로477은 매우 소소하게 운영되고 있는 채널입니다. 개설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고 영상도 3건밖에 되지 않습니다. 각 영상의 성과(조회수) 역시 1000회를 넘지 못하는 낮은 수준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아직 구독자 수가 793명으로 적은 수준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갈매로477의 성격은 다소 특이합니다. 우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개설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채널명을 가지고 있는데요. 갈매로477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도로명 주소로, 이곳에 일하고 있는 공무원의 실제 모습을 보여준다는 의미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튜브 채널을 보면 매우 경직된 주제의 영상들을 다수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파해가며 채널의 정체성을 변경하기 보다는, 연성화된 콘텐츠를 따로 게재할 채널의 필요성을 찾았고, 그로 인해 부계정을 개설한 것은 아닌가 라는 짐작을 해봅니다. 이 채널에 게재된 영상 3건을 보면 채널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확실히 짐작할 수 있는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라는 '이과'적인 성격의 부처이지만 각 공무원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은 다른 기관이나 기업 못지 않음을 보여주겠다는 확고한 목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의문은, 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무원'의 이야기를 다룬 채널을 개설했는가 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공식 채널에 기관의 정책을 확실하게 전달하고 있는가를 보면 그것도 아닌 듯 합니다. 더 많은 영상을 확인해봐야겠지만, 아직 뚜렷한 성격을 확인하기도 어렵고, 갈매로477이라는 애매한 채널명도 관심을 끌기 어려울 듯 합니다. 영상 게재도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지 않고요. 차라리 인사혁신처라는 기관이 따로 있기 때문에 이들과 협업을 하거나 여러 중앙행정기관과 뜻을 모아서 더 폭넓은 공무원의 이야기를 다루는 채널이라면 더욱 의미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공공기관의 다양한 시도는 매우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다만, 공공기관인 만큼부계정 채널을 운영하는 것이 국민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명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으며, 부계정 채널이 내부에서 소소하게 운영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성과도 함께 만들어 내야 하는 숙제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앞으로 공공기관의 부계정 채널이 더 늘어날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