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주] 잉크픽 ㅣ 기획재정부는 '상황극 맛집'?

잉크닷 픽(pick)은 주간 단위 중앙행정기관의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분석하며 잉크닷 에디터가 눈여겨 본 콘텐츠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새로운 유형, 시도 또는 다른 영상과 차별된 부분이 보이는 영상을 선택하며 그 이유와 성과를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잉크닷 데이터 수집을 위해 중앙행정기관 유튜브 채널을 살펴보면 유난히 눈에 띄가 많아진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 인기급상승 영상에서도 자주 보이는 형태의 영상으로, 한 두 명의 연기자가 이미지를 배경으로 설정해 놓고 다소 어색한, B급 감성의 연기를 보여주는 영상인데요. 아무래도 쇼츠가 가진 특징인 짧은 재생시간 동안 이용자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이러한 구성이 탄생한 것이 아닐까, 유행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이 영상이 중앙행정기관 유튜브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영상을 뭐라고 지칭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잉크닷에서는 '짧은 B급 상황극'이라고 정의해 보겠습니다. '스낵영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잉크픽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영상을 대변하기에는 살짝 부족해보이긴 하네요.

😗가장 활발하게 '짧은 B급 상황극'을 게재한 기관은 기획재정부입니다.

기획재정부에서 다루는 정책을 보면 매우 어렵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민과 소통을 목적으로 개설한 유튜브 채널은 자연스럽게 숙제를 가질 수 밖에 없는데요. 바로 어려운 정책정보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고민하는 것입니다. 일반영상에서도 그렇지만 쇼츠영상은 유난히 짧기 때문에 전달할 수 있는 정보의 양도 한계가 있을테도, 전달하는 방식에서도 기존의 문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획재정부의 쇼츠를 보면(물론 다른 기관에서도 매우 활발한 쇼츠영상 활동을 하고 있지만) 꽤 신선한 시도를 한 다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잉크픽에서도 한 번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경제 한 잔' 시리즈의 경우에는 지금까지도 다수의 조회수와 반응을 확보하고 있는 쇼츠영상이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기획재정부에서 많이 활용하는 구성이 바로 '짧은 B급 상황극'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영상은 지난 3월에 게재한 '보조금 부정수급' 정보를 전달하는 쇼츠영상입니다. 사자님 역할을 하는 배우가 어색한 배경화면 앞에서 과하게 사장 역할을 하며 해당 정보를 전달하는 영상인데, 현재 기준으로 조회수가 무려 68만 회에 달합니다. 좋아요 수 역시 6천 개 이상을 기록했는데, 댓글을 보면 부장님의 연기에 감탄하는 내용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후 기획재정부 쇼츠탭에 '짧은 B급 상황극' 영상이 빠르게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산, 시간 등의 투입 대비 조회수 등 수치 효율이 좋다는 판단 때문이지 아닐까 하는데요. 자주는 아니지만 거의 매주 1~2회 게재하면서 기획재정부 쇼츠영상에서만큼은 확실하게 방향을 잡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 영상의 수치성과도 적지 않습니다. 사장님의 보조금 부정수급 정도는 아니지만, 그 이후 게재된 영상의 조회수를 살펴보면 대부분 3~5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광고를 통해 조회수를 이끌어 내는 부분도 없지 않겠지만, 영상 자체에 대한 흥미로움도 조회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짐작해 봅니다. 더불어 썸네일 설정을 할 수 없는 쇼츠영상의 특성 상, 연기자의 과한 연기 한 장면이 썸네일로 추출되면서 더욱 관심을 이끌어 내는 효과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영상 하나만 더 보고 갈까요?

'짧은 B급 상황극'에 대한 높은 관심에 맞춰 조달청에서도 8월 1주에 유사한 영상이 게재되었습니다. 자칭 '조달맨'인 대변인실 사무관이 올림픽 시즌에 맞춰 장대높이뛰기 연기를 하면서 조달청 관련된 정보를 전달하는 영상입니다. 영상 트렌드를 반영한 시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과연 해당 정보를 전달하는 데 적합한 구성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너무 과한 설정은 오히려 정보전달 효과를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디터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충주시 홍보맨이 눈길을 끄는 활동을 통해 공공기관 중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많은 구독자와 조회수를 확보하면서, 이러한 캐릭터를 형성하는 것이 하나의 정답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한 편에서는 과연 '공공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지고 있기도 합니다.

오늘 살펴본'짧은 B급 상황극'이 정보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면서도 관심을 유도하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에 하나의 좋은 접근 방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짧은 B급 상황극'이 조회수를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공공에 적합한 정답이다 라고 이야기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더불어 변덕이 심한 소비자의 성향을 감안하면, 지금 '짧은 B급 상황극'의 인기 역시 빠르게 사그러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짧은 B급 상황극에 너무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구성의 영상도 함께 소개하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