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주] 칼럼 ㅣ 충주시, 양산시, 코레일은 요즘 왜 뜰까?
*8월부터 브런치와 오픈애즈에서 활동하고 계신 브루스님의 인사이트를 잉크닷에 게재합니다.^^
업무를 하면서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요즘 핫한 유튜브/인스타 계정이 뭔가요?'라는 질문이다. 3-4년 전만 해도 멋진 사진을 찍어서 올리거나 기발한 이벤트를 하는 계정을 레퍼런스로 추천했다면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3개의 지자체/공기업 계정을 추천한다. 바로 '충주시', '양산시', '코레일'이다.
'김선태(충주시 홍보 주무관)가 독을 풀었다'라는 댓글이 양산시와 코레일 콘텐츠에 달릴 정도로 지자체와 공기업 홍보 패러다임을 바꾼 건 바로 충주시다.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고 정책 홍보보다는 재미 중심의 콘텐츠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충주시의 홍보 방식은 이제 지자체와 공기업 홍보의 기준점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오토에버, LG에너지솔루션 등 B2B 중심의 대기업들도 충주시처럼 밈(meme)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홍보 방법을 기업 채널에 적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대중들은 재미 중심의 소통 방식에 반응하고 열광할까? 그 이유를 총 3가지로 분석했다.
소셜미디어는 즐기러 오는 곳이다.
브랜드나 지자체 계정을 운영할 때 가장 먼저 실수하는 것은 바로 공급자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태동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위함이었고, 지금은 콘텐츠를 즐기려고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많다. 즉 플랫폼 안에서는 기업이던 지자체던 개인이던 상관없이 콘텐츠를 가지고 경쟁한다. 콘텐츠 자체가 즐길만하다고 판단되면 사람들은 반응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반응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반응은 알고리즘에 반영되어 확산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지금은 담당자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5-6년 전만 해도 홍보/마케팅 담당자들은 브랜드의 체면을 내려놓기 힘들어했다. '우리 기업이 이렇게 유명한 기업인데 당연히 올리기만 해도 사람들이 콘텐츠를 보러 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는 말도 미팅 자리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브랜드의 신뢰도나 성격과는 별개로 유저들은 소셜 미디어에 재미를 찾기 위해 접속한다. 재미의 종류를 따지만 여러 가지 방법과 주제가 나오겠지만, 결국 유저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콘텐츠 자체에 어떤 형태로든 재미를 추구해야 한다.
부장님 말고 신입사원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라
재미를 만들기 위해선 사람들의 익숙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필요가 있다. 소위 말해 '요즘 유행하는 것'들을 우리 브랜드나 지자체의 느낌에 맞게 재 해석하는 것이다. '밈'을 활용한 콘텐츠라고 말하는 것들이 바로 이런 종류의 콘텐츠이다. 위에서 설명한 '충주시', '양산시'는 적극적으로 밈을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세대를 만족시키는 트렌드는 없다. 과거처럼 전 세대를 관통하는 '메가 트렌드'가 사라졌다. 때문에 트렌드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소셜미디어 내 여론을 주도하는 2030 세대에 포커스를 맞춰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 쉽게 말해 부장님과 팀장님이 이해하고 즐기는 콘텐츠가 아니라 신입사원과 인턴사원들이 재밌어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우리 채널에 더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공한 지자체들처럼 담당자에게 온전한 운영 권한 위임과 신뢰가 있어야한다.
소통할 수 있는 인격체를 내세워라.
사람은 기본적으로 사람과의 소통을 원한다. AI의 기술 발달로 사람과 똑같은 가상 인간을 만들 수 있게 되었지만 '불쾌한 골짜기'라는 현상처럼 사람은 본능적으로 사람과의 소통을 희망한다. 온라인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유튜버와 인스타그래머들의 성공 비결 안에는 오랜 시간 동안 그들과 소통하며 인간적인 매력을 느낀 팬들이 많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와 달리 인격이 없는 기업과 지자체들은 대신할 수 있는 인격체를 내세워야 한다. 여기에는 2가지 방법 있다. 첫 번째는 대표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 소통하는 방법이다. 적절한 서사를 부여하면 오히려 사람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캐릭터가 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낮아 안전하지만 캐릭터가 인지도가 생길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두 번째 방법은 운영담당자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앞에서 설명한 충주시, 양산시, 코레일 모두 운영 담당자가 본인을 드러내며 본인의 인격체를 계정에 담아 운영하고 있다. 실제 사람을 내세운 만큼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편하고, 양산시처럼 표정이나 말투 등이 밈화 되어 인기를 끌 수도 있고, 운영 담당자도 직장인만큼 대중의 공감을 쉽게 얻을 수 있다. 다만 운영 담당자의 실수나 개인적인 논란으로 채널에 부정 이슈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홍보/마케팅 실무자 입장에서 기업/지자체 채널을 운영에 가장 중요한 점은 기획의 전권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라고 생각한다. 실제 채널의 운영 권한에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채널의 흥망성쇠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여론 주도층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언어로 소통해야 하는데 책임 관리자의 의견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최초의 기획한 의도는 사라지고 이상한 콘텐츠만 남게 된다. 관리자는 개인 취향에 채널 운영 방향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충주시가 시작한 지자체 홍보 방향은 수많은 카피캣이 나오고 있고 곧 대중들에게 진부해질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것은 기업이나 지자체들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아닌 소통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제 진정한 소셜미디어 홍보 경쟁시대가 열렸다.
🔗출처 : 브루스의 영감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