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3주] 잉크픽 ㅣ 국가 5대 국경일 '광복절'을 조용히 보낸 공공기관들!

잉크닷 픽(pick)은 주간 단위 중앙행정기관의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분석하며 잉크닷 에디터가 눈여겨 본 콘텐츠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새로운 유형, 시도 또는 다른 영상과 차별된 부분이 보이는 영상을 선택하며 그 이유와 성과를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구의 거의 모든 나라는 온 국민이 함께 기념하는 '국경일'을 제정하고 매년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합니다. 더불어 이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하죠. 우리나라는 법률로 5대 국경일을 기정해 놓고 있습니다.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이 바로 그것인데요. 이 날은 집집마다 국기를 달아 모두가 그날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가상징> 국경일/기념일

그리고 지난 주에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너무나 크고 중요한 국경일인 '광복절'이 있었습니다. 일본의 침략과 강제 수탈, 그리고 말로 하지 못할 정도의 만행을 40여년 동안 겪은 우리 선조들이, 이 땅에서 일본을 몰아내고 독립을 이뤄낸 역사적인 날이기에, 온 국민이 광복절에는 경건하게 독립열사들의 정신을 기리고 독립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올해는 유난히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활동이 눈에 띄었습니다.

‘가수 션, 81.5km를 달리다’

우선, 가수 션은 8월 15일 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해 81.5km를 달리는 '815런'을 거의 1년 전부터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프의 하프 마라톤을 달리기 것도 어려운데 무려 81.5km를 달리고, 이를 통해 모은 기금으로 독립유공자 후손의 집을 짓는데 후원하겠다는 뜻깊은 활동이라 다양한 매체를 통해 널리 퍼지기도 했습니다.

이 영상이 더욱 와 닿은 이유는, 광복절 단 하루만을 기념하는 짧은 행사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가수 션은 81.5km라는 긴 거리를 완주하기 위해 무려 1년 전부터 차곡차곡 달리기를 준비하며 체력적으로 준비를 해왔는데요. 물론 해비타트라는 단체가 함께 하긴 했지만, 개인이 광복적을 기리기 위해 1년 동안 준비를 해왔다는 건 매우 의미가 있는 일임이 분명합니다.

‘빙그레, 독립열사에게 새 한복을 입혀 드리다’

가수 션과 함께 광복절에 많이 화자된 곳이 있으니 바로 '빙그레'입니다. 빙그레의 독립유공자 캠페인 '처음 입는 광복'은 독립운동가 중에서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셔야 했던 분들이 대부분 죄수복을 입고 있는 사진이라는 점에서 착안했습니다. 독립운동을 하다 수감되어 온갖 고문을 당했지만, 광복의 순간을 맞이하지 못한 이들의 아픔을 새 한복으로 어루만져 드리겠다는 소중한 마음이 담겨 있는 캠페인이기도 합니다.

캠페인을 통해 한복을 짓고 AI 기술로 그들에게 한복을 입혀드림으로써, 고문과 수감으로 피폐해져 있는 표정과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숙연하게 만드는 죄수복을 입은 사진이 아니라 밝은 색상의 한복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새롭게 탄생할 수 있었는데요. 이러한 과정에서 영상을 보는 국민들은 당시 독립을 기원했던 그들의 열정과 염원, 아픔을 모두 공감하고, 새 한복을 입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기뻐하며 절로 미소를 짓게 되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더불어 마지막에 환하게 웃고 있는 독립열사들의 모습에서 광복절 뿐 아니라 평소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다짐도 해보게 되는데요. 이러한 캠페인이나 활동 덕분에 광복절의 의미가 더욱 깊어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더불어 한 개인은 AI를 활용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독립운동가들의 근엄하면서도 한편으로 아픔이 서려 있는 표정에서 광복을 맞이한 웃음을 표현한 영상을 제작해 관심을 많이 모으기도 했습니다.


일반 기업이나 단체, 개인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념일인 광복절을 기억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준비하는 모습은 분명 존경을 받을만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중앙행정기관은 광복절을 어떻게 기념했을지가 궁금해 졌습니다.

잉크닷 에디터는 8월 3주, 그러니까 광복절이 포함된 8월 12일부터 8월 18일 기간 동안의 중앙행정기관 유튜브 채널 모니터링을 통해 광복절, 독립, 순국, 열사 등의 키워드가 포함된 영상이 과연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결과를 말씀드리면, 공공기관이 이렇게 광복절을 외면해 되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한 주간 중앙행정기관 유튜브 채널에서 수집된 영상 수는 총191건입니다.(일반영상과 쇼츠영상 모두 포함) 이 중에서 광복절과 관련된 영상은 13건에 불과했습니다. 과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경일을 맞이하는 중앙행정기관의 활동인지 의심스러운 정도입니다.

이 중에서 통일부의 경우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이나 광복을 언급한 것이 아닌 '통일'을 언급한 내용의 영상 3건과 통일 독트린을 언급한 영상 1건, 그리고 행정안전부에서 게재한 태극기 게재 방법 영상을 제외하면 광복절 영상은 8건에 불과합니다. 국가보훈부가 3건을 게재했으며, 외교부, 법무부, 국가유산청, 방위사업청이 각각 1건을 게재했습니다.

불과 얼마 전, 엑스포 유치를 위해 모든 부처가 수 많은 영상을 쏟아 냈던 것을 기억합니다. 각 부처는 전략적으로 해당 부처의 성향에 맞는 영상을 제작하는 체계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광복절에는 너무나도 조용한, 더 나아가 광복절을 외면하는 듯 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는 심각한 역사적 기로에 서 있습니다. 독립의 역사를 지우려 하는 세력들이 주요 요직을 차지하는 가운데, 과연 우리나라 국민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언행이 기사를 통해 소개되고 있습니다. 광복절을 중심으로 사도광산 이슈에 대해 언급한 부처는 전혀 없었으며, 독립기념관 관장 이슈에 대해서도 국가보훈부는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 외 지하철 역사에서 사라진 독도 조형물에 대한 행정안전부 등의 해명이나 광복절이 되자 마자 기미가요를 틀어 논란이 된 KBS의 말도 안되는 행동에 대한 대응도 보기 어렵습니다. 독립열사들의 이름이 사라진 국방부 정신교육자료에 대해서도 국방부에서는 별다른 대응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이러한 상황을 매우 혼란스럽게 받아드리고 있지만, 큰 해결방법이 당장 나올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공공기관에서 국경일은 매우 중요한 이슈임이 분명합니다. 공공기관 제안서를 준비할 때면 '주요 계기 홍보 전략 및 실행안 수립'에 대한 내용이 거의 대부분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요 계기를 중심으로 전, 중, 후 온라인 홍보 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맞는 캠페인, 콘텐츠, 프로모션 등의 상세 계획을 미리 수립합니다. 물론 계획은 수립하지만 실제 업무를 진행하면 여러 가지 여건으로 인해 준비한 전략과 계획이 실행되지 않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경일만큼은 중요한 계기임이 분명합니다. 특히 지금의 광복절은 당시의 독립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더불어 거의 대부분의 국민이 제대로 광복절을 기념하고자 합니다. 중앙행정기관 만큼은 이렇게 중요한 국경일인 광복절을 반드시 기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출처 : 국방TV

마지막으로, 작년 10월 1일 국군의 날을 맞이해 서울 한 가운데를 가로지른 군인들의 시가행진이 떠오릅니다. 이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무려 100억이 넘는 세금이 쓰였다고 합니다. 엉상한 CG로 등장한 함정도 생각납니다. 비록 어설픈 진행으로 말이 많았지만, 그 정도만이라도 광복절을 기념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