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주] 잉크픽 ㅣ 제2의 Feel the Rhythm of Korea가 될 수 있을까?
잉크닷 픽(pick)은 주간 단위 중앙행정기관의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분석하며 잉크닷 에디터가 눈여겨 본 콘텐츠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새로운 유형, 시도 또는 다른 영상과 차별된 부분이 보이는 영상을 선택하며 그 이유와 성과를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몇 년 전,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 유튜브를 뜨겁게 달궜던 정부 광고가 있습니다. 전통 리듬에 재해석한 댄스를 곁들어 우리나라의 명소를 기발하게 소개하는 영상으로, 그 영상의 타이틀은 Feel the Rhythm of Korea 였습니다.
한국관광공사가 주도적으로 제작한 해당 영상은 당시에 공무원이 어떻게 이런 기발한 영상을 승인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질 정도로 기존의 공익광고와는 너무나 다른 결을 보여주었고, 당시의 트렌드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기까지 하는 대단한 성과를 보였다 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당시 광고비가 너무 많이 사용되었다는 논란이 있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Feel the Rhythm of Korea 영상은 총 14편 제작에 22억 원 정도가 투입된 반면, 홍보비는 무려 101억 원이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광고가 과하다, 그렇지 않다 반드시 필요했다 라는 논란에 대해서는 여기서 이야기 하지는 않겠습니다만, 당시 우리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쳤던 것은 사실입니다.
📰조회수 대박 '범내려온다' 성과는 과장?…영상 홍보에만 101억 썼다
그 이후 Feel the Rhythm of Korea의 명성을 잇는 영상이 나오지 않아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요. (작년에 문체부에서 BTS와 함께한 영상이 있었지만, 그리 좋은 성과를 내지는 못했습니다.) 최근 제2의 Feel the Rhythm of Korea가 되는 것 아니냐? 라는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는 영상이 있습니다.
바로 국가유산청의 <[4k] 탈, 춤으로 잇다ㅣ봉산탈춤x아이키> 영상입니다.
봉산탈춤이 가진 전통적인 의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데 있어서, 우리나라 여성 댄스계를 대표하는 '아이키'의 몸짓이 가미되어 화려하지만 웅장하면서도 감동을 전달하는 매우 멋진 영상이 탄생했습니다. 우리 국민은 기본적으로 국악이 가진 리듬에 크게 반응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영상에서도 봉산탈춤과 어우러지는 국악의 리듬이 화려한 영상과 조명, 그리고 그 옆에서 현대적인 춤을 선보이는 아이키가 어우러져, 봉산탈춤이 가진 새로운 매력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영상의 수치 성과는 Feel the Rhythm of Korea 정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월 10일 기준 조회수는 5만 8천 여회로 매우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댓글입니다.
기본적으로 기관 유튜브 채널의 댓글은 이벤트가 아니면 많이 달리지 않고 있지만, 이 영상의 댓글은 그것과는 다른 흐름을 보여줍니다. 현재 댓글 수는 381개인데, 영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내용의 댓글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댓글 중 눈에 띄는 내용이 있습니다. "세금은 이렇게 쓰세요 제발"
이렇게 긍정적인 댓글이 다수 달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가유산청의 이번 영상은 꽤 많은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국민들은 자신들의 세금이 많이 사용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왕고래 프로젝트처럼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부분에 과도하게 집행되는 예산을 보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예산 사용에 인색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쓴 돈이 아깝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퀄리티를 만들어 내면 이러한 인식에 저항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예산을 들인 만큼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제대로 트렌드를 관통했다는 점입니다. 잉크닷이 작년 모니터링한 결과 중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들을 보면 대부분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영상이거나 해당 부처의 기관장(장관)이 출연하는 등 국민과 너무 동떨어진 부분이 많았습니다. 아니면 의료개혁처럼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거나... 어쩌면 국가유산청의 봉산탈춤 역시 국민의 적극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요인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에 아이키가 '제대로'(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제대로입니다) 붙었고, 아이키가 가진 매력을 그대로 녹여낼 수 있었기에 환호를 받는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봅니다. 최근 잉크닷이 살펴본 영상 중 잘 나가는 과학커뮤니케이터를 초대해 기관장을 돋보이게 하는 사회자 역할에 국한시켜 오히려 영상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게 된 사례와는 오히려 반대의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 대부분의 유튜브 영상은 기관이 국민에서 알려주어야 한다 라는 계몽적 의도를 다분히 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소통이라는 탈을 쓰고 있지만, 사실은 일방향의 정보 전달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눈이 밝은 국민은 이러한 의도를 눈치채고 대부분 외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가유산청의 이번 영상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과 소통의 의미를 잘 되새겨 보면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