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주] 잉크픽 ㅣ 웹드라마 소강기 속 질병청은 왜 웹드라마를 만들었을까?

숲 via 장재섭
숲 via 장재섭

잉크닷 픽(pick)은 주간 단위 중앙행정기관의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분석하며 잉크닷 에디터가 눈여겨 본 콘텐츠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새로운 유형, 시도 또는 다른 영상과 차별된 부분이 보이는 영상을 선택하며 그 이유와 성과를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래간만에 중앙행정기관 유튜브 채널에 '웹드라마'가 올라왔습니다.

웹드라마가 한때 유행한 적이 있었죠. 주로 학원로맨스를 중심으로 펼처지는 가상의 스토리에 많은 사람들은 열광을 했고, 웹드라마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제작사가 별도로 설립되어 당시만 꽤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 TV가 영상 콘텐츠의 유통 플랫폼으로써는 유일한 채널로 인식되다가 유튜브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유통 방식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게 되고, 유튜브를 기반으로 기존의 드라마와 예능을 간소화한 웹드라마와 웹예능이 다수 소개되었습니다.

더불어 웹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유튜브를 만나면서 더욱 부각될 수 있었는데요. 웹드라마를 통해 신인을 대거 소개하여 기존 TV에서 보던 드라마 등의 영상과 달리 신선함을 느낄 수 었었다는 것, 그리고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다루기 어려웠던 '성적 이슈'를 자유 분방하게 활용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높은 수위의 영상을 제작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은 유튜브 이용자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기 부족함이 없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아마 당시 웹드라마를 제작하는 제작사는 정말 바쁜 시간을 보냈음이 분명합니다.

당시 유튜브 주이용자를 형성하고 있었던 MZ세대들에게는 신선한 콘텐츠로 인식되면서 높은 반응을 불러 일으켰으며, 기업과 기관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웹드라마 영상 콘텐츠가 게재되는 건 말할 필요도 없겠죠.

하지만 그 웹드라마도 이제는 쉽게 보기 힘든 상황이 되었습니다.

트렌드가 급속히 변화하는 시대인 만큼, 웹드라마의 인기도 시들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뜨거웠던 웹드라마에 대한 열기를 생각하면 너무나 빠르게 식어버린 것은 아닌가 싶은데요. 그 이유를 몇 가지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비용의 문제

웹드라마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제작을 하는 상황이 형성되기 때문에 기존이 드라마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과 적은 시간으로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영상, 특히 쇼츠와 비교해봤을 때는 제작 비용이 높을 수 밖에 없는데요. 특히나 공공기관이나 예산규모가 적은 기업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제작 횟수가 감소할 수 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2. 적은 반응의 문제

웹드라마가 트렌드이다 보니 많은 기업과 기관에서 시도를 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반응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CU 등 일부 유명 기업의 채널에서는 조회수가 몇 백만 회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는 아주 소수에 불과할 뿐, 나머지 대다수의 채널에서 그와 같은 반응을 기대하기는 너무나도 힘든 상황이고, 투입된 비용과 시간, 노력을 감안했을 때 효율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3. 입맛의 변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콘텐츠 소비자의 '입맛'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콘텐츠 소비 주기는 너무나 짧아지고 있고, 더불어 소비자의 변심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더욱 더 빨라지는 변화의 속도에 대응하기에는 웹드라마가 생각보다 무겁다는 한계가 있었고, 더불어 웹드라마 이후 새로운 포맷의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웹드라마 제작이 감소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웹드라마를 열심히 제작하던 공공기관에서도 그 수량을 점차 줄이게 되고, 한 동안 웹드라마는 보기 힘든 영상이 되었습니다. 그 자리를 숏박스를 중심으로 하이퍼리얼리즘 영상이 차지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현재는 쇼츠영상을 중심으로 하는 상황극이 주를 이루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데 질병관리청에서 웹드라마가 게재됐습니다.

웹드라마가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는 와중에, 질병관리청에서 과감하게 웹드라마를 소개했습니다. '질병물리청'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사무관과 주무관의 좌충우돌 사무실 에피소드를 선보이는데요. 이 와중에 질병관리청이라는 정체성에 맞게 일상 속 위생 및 건강과 관련된 정보도 함께 전달하는 구성입니다.

일부 규모가 큰 웹드라마를 제외하고 대부분 예산 절감의 이유로 드라마와 같은 규모와 짜임새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보니 특히 공공기관 웹드라마의 경우에는 더욱 예산 등이 제한되다 보니 영상 자체가 썰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한계가 있기도 한데요. 질병관리청의 웹드라마 역시 그러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사무관과 주무관 역할을 하는 배우(실제 사무관, 주무관인지는 확인을 못했습니다.)의 연기력은 영상에 관심을 기울일 요소가 되는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웹드라마가 질병관리청의 정체성을 놓치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대부분 웹드라마는 극의 흐름과 소비자를 고려해서 기업이나 기관의 색채를 최대한 배제하려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게 기업이나 기관을 대표하는 콘텐츠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아 아쉬웠는데요. 질병물리청 웹드라마는 질병관리청이 국민에게 전달해야 하는 정보를 놓치지 않고 해당 웹드라마에 잘 포함시킨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마지막에 위생, 건강 정보를 전달하는 건 어색하긴 하지만, 저 역시 이런 선택을 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질병물리청 웹드라마가 좋은 성과를 이뤄냈으면 좋겠습니다. 티저 예고편의 경우 9.8만 회(7/24 기준)라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22일 이후 공개된 세 편의 본편 영상은 그 보다는 상당히 낮은 조회수를 보이고 있는데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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