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주] 잉크픽 ㅣ 영상 타이틀에 '우문현답'을 붙이는 이유가 뭔가요?

숲 via 장재섭
숲 via 장재섭

잉크닷 픽(pick)은 주간 단위 중앙행정기관의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분석하며 잉크닷 에디터가 눈여겨 본 콘텐츠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새로운 유형, 시도 또는 다른 영상과 차별된 부분이 보이는 영상을 선택하며 그 이유와 성과를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상대방이 나에게 '우문현답'이라는 이야기를 했다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들 것 같은가요? '오~ 저렇게 대답해주니 똑똑한데?' 라기 보다는 '내가 어리석다는 이야기 인건가?'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우문현답은 답을 하는 사람을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용어인 것은 맞지만, 자칫 잘 못 사용하면 상대방의 기분을 해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특히나 공공기관에서는 '국민이 어리석다'라고 전제하는 것과도 같기 때문에 사용 시 매우 주의를 기울어야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잉크닷 분석을 하면서 '우문현답'을 자주 사용하고 있는 기관이 있고 최근 이를 지적하는 댓글을 확인해서, 이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국민은 어리석고, 기관장은 현명하다?’

직설적으로 해설할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여러 정서를 감안해야 하는 공공기관의 특성 상 '우문현답'이라는 타이틀을 단 영상을 게재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잉크닷 분석을 시작하고 '우문현답'을 처음 확인한 기관은 국무조정실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현장을 방문하여 의견을 청취하고 이렇게 개선 지시를 했다..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현장동정 영상에 우문현답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시리즈로 게재했습니다.(현재는 게재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덕수 총리의 우문현답]
구두 닳도록 현장과 소통하겠습니다.

영상을 보면 현장을 방문해 해답을 내리는 사람은 국무총리입니다. 그럼 의문을 제기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바로 국민이 됩니다.

그게 맞는 건가요?

국민을 최고의 고객으로 삼고 봉사 해야 하는 공공기관, 공무원이 국민에게 '어리석다'라고 이야기 하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어서, 당시 콘텐츠를 보고 뭔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국무조정실에서 어떤 의도로 '우문현답'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의도가 어찌됐든, 영상을 보면 국무총리의 활약을 띄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됐음을 부정하지는 못할 듯 합니다.

그런데,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우문현답'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 역시 현장동정 영상에 '우문현답'이라는 타이틀을 붙였습니다. 아마도 '현답=현장에 답이있다'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짐작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 '어리석은 질문'을 하는 주체는 누가 되는 것일까요? 공무원이 포함된 기관? 아니면 국민? 이렇게까지 꼬치꼬치 캐묻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더라도, 혹시나 우리가 의도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는 고민은 한 번쯤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데요.

최근에 게재된 국민권익위원회의 우문현답 영상에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린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영상에 댓글을 남긴 이용자들 역시 에디터와 마찬가지로 '우문'의 주체를 국민으로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러한 댓글에 국민권익위원회의 답글은 남겨지지 않고 있습니다. (참고로, 기관 유튜브 채널의 댓글 관리에 대해서는 추후에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장에 답이있다'라는 용어는 공공기관 내부에서 주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국민들 대다수가 현답을 현장에 답이 있다 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공기관의 공식 홈페이지가 아닌 유튜브와 같은 채널의 경우에는 대국민 소통을 목적으로 합니다. 즉, 국민의 눈높이는 물론 국민의 생각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현재 공공기관 유튜브 채널을 보면 심각한 현안 문제를 배제하고 B급 감성 가득한 영상 콘텐츠를 올리는 것이겠고요.

좀 더 살펴보니,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우문현답'을 내걸고 장관의 형장동정 영상에 사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문현답'이라는 타이틀을 내 건 영상 몇 건을 살펴봤습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건 책상에 앉아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서 국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해답을 찾아보라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를 적극적으로 전달해야지, 국민이 보고 '내가 어리석다는 거야?'라고 되묻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건, 국민의 정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민에게 익숙한 사자성어를 활용하여 타이틀을 만들려 하지 말고, 직접적으로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타이틀을 내걸면 오히려 국민의 이해와 참여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때로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접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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