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화려함을 비우고 본질을 채우다, '멍 때리기'에 빠진 공공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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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화려함을 비우고 본질을 채우다, '멍 때리기'에 빠진 공공 소통

잉크닷이 한 주의 영상에서 공공기관 유튜브의 흐름을 읽어냅니다.
📨문의: oksuby@gmail.com


📒한 줄 요약: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별밤 낭송과 산업통상부의 '산업 ASMR'은 꾸밈을 덜어내고 멍하니 바라보게 만드는 방식으로 채널 평균의 몇 배에 이르는 반응 밀도를 얻었다. 잉크닷 DB에서 이런 '멍·ASMR' 영상을 올리는 기관은 2023년 4곳에서 올해 12곳으로 늘었지만, 덜어낸 영상이 넓게 닿는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다.


유튜브는 지금 도파민의 시대입니다. 1분 남짓한 숏폼, 몇 초마다 바뀌는 화면, 화면을 덮는 자막과 효과음. 공공기관 채널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번 주 공공기관이 올린 438편 중 274편이 쇼츠였습니다.

그런 흐름 한쪽에서 전혀 다른 방향의 영상 두 편이 눈에 띄었습니다. 거창한 꾸밈도, 작위적인 메시지도 덜어내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영상.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별밤 낭송과 산업통상부의 산업 ASMR입니다.

밤하늘을 바라보는 10분

기후에너지환경부 영상에는 그룹 아이들(i-dle)의 미연이 내레이터로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화면에는 아이돌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영상은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과 은하수를 비추고, 차분하게 읽어 내려가는 목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그 위에 얹힙니다. '빛을 잠시 내려놓고, 별을 바라보는 시간'이라는 제목 그대로, 시청자에게 별을 보며 멍하니 머무는 시간을 건넵니다.

이 영상은 '9월의 낭송'으로, 매달 한 명의 낭송자를 세우는 시리즈입니다. 8월에는 배우 권율이 '불이 꺼진 자리, 별이 켜지는 시간'을 읽었습니다.

공장을 바라보는 시간

산업통상부의 영상은 전혀 다른 공간으로 향합니다. 콘크리트 블록이 만들어지는 공장입니다. 배경음악도, 설명 자막도 없습니다. 골재가 쏟아지는 소리, 기계가 육중하게 찍어내는 소리, 지게차가 오가는 소리를 그대로 살렸습니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와 회색빛 공장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묘한 안정감이 듭니다. 별멍이 아니라 '공장멍'입니다.

이 영상은 7월부터 이어온 〈산업 ASMR〉 시리즈의 하나입니다. 볼트, 섬유 공장, 커피, 공기청정 설비까지, 산업 현장의 소리를 한 편씩 담아왔습니다.


교집합 ① 정보 과잉의 시대, 쉼을 건넨다

전혀 다른 소재지만 두 영상은 같은 곳을 향합니다. 첫째는 쉼입니다.

기존 공공기관 홍보 영상은 그래픽과 텍스트로 정책의 성과를 설명하기 바빴습니다. 두 영상은 시청자에게 무언가를 주입하려 하지 않습니다. 뇌를 쉬게 하려고 백색소음을 찾아 듣는 멍 때리기 문화, ASMR의 문법을 가져와 그저 보고 듣게 만듭니다.

이건 두 부처만의 시도가 아닙니다. 잉크닷 DB에서 제목에 ASMR·백색소음·불멍·물멍·별멍·숲멍 같은 단어가 들어간 영상을 찾아보면, 2023년 4개 기관 15편에서 2025년 10개 기관 29편으로 늘었습니다. 올해는 9월까지 이미 12개 기관이 28편을 올렸습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8편)과 서울특별시(5편)가 가장 많았습니다. 공공기관 유튜브 안에서도 '덜어내는 영상'은 한 번의 실험이 아니라 자리를 넓혀가는 흐름입니다.

교집합 ② 있는 그대로가 주는 진정성

둘째는 진정성입니다. 두 부처는 기후 위기 극복이나 국가 산업의 중요성을 소리 높여 외치지 않습니다. 인공 불빛에 가려진 밤하늘을 보여주며 자연의 소중함을 은연중에 일깨우고, 거친 기계음과 컨베이어 벨트로 산업 현장의 박동을 묵묵히 들려줍니다. 인위적인 연출을 걷어내자 기관이 전하려는 본질이 오히려 또렷해집니다.

숫자도 이 방향을 가리킵니다. 미연의 낭송 영상은 조회 2,068회에 좋아요 294개, 댓글 175개로 참여율 22.68%를 기록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올해 평균 참여율(0.51%)의 40배가 넘고, 이번 주 [무첨가지수] 1위입니다. 〈산업 ASMR〉 시리즈 네 편의 참여율도 섬유 공장 편을 빼면 5.9%로, 산업통상부 채널의 올해 평균(0.33%)을 크게 웃돕니다. 조용한 영상에 시청자는 진하게 반응했습니다.

그러나: 진하게 닿았지만, 멀리 닿지는 못했다

두 영상을 칭찬하기 전에 짚어야 할 숫자가 있습니다.

먼저 도달입니다. 〈산업 ASMR〉 시리즈의 조회 중앙값은 478회입니다. 산업통상부 채널의 올해 영상 조회 중앙값(8,266회)의 17분의 1 수준입니다. 이번 주 올라온 '맑은 공기를 만드는 소리' 편은 514회였습니다. 조회 7,469회로 가장 멀리 간 섬유 공장 편은 참여율이 0.28%에 그쳤습니다. 이 시리즈는 멀리 간 편일수록 반응이 옅어졌습니다.

다음은 반응의 출처입니다. 낭송 영상의 화면에는 아이돌이 없지만, 반응을 만든 건 아이돌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시리즈의 8월 권율 편은 조회 151회였습니다. 9월 미연 편은 2,068회로 14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별밤이라는 형식보다 목소리의 주인이 사람을 불러왔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그렇다고 실험의 의미가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 이번 주 [무첨가지수]에서 확인했듯, 반응은 작은 영상에서 더 진합니다. 찾아온 사람이 끝까지 보고 반응하는 영상은 조회 순위가 말해주지 않는 가치를 갖습니다. 덜어낸 영상은 그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남은 숙제는 그 진한 반응을 더 많은 사람에게 닿게 하는 방법입니다.

목소리를 낮춘 소통의 다음 단계

가장 세련된 소통은 때로 목소리를 낮추고 가만히 보여주는 데서 시작합니다. 두 영상은 도파민과 자극이 넘치는 시대에 대중이 무엇에 목말라 있는지를 정확히 읽었습니다. 잉크닷 DB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덜어내는 영상을 시도하는 기관은 해마다 늘고, 그 영상들은 평균보다 진한 반응을 얻습니다.

다만 덜어냄이 소통이 되려면 누군가 그 영상을 찾아와야 합니다. 낭송 시리즈는 목소리의 주인에게, 산업 ASMR은 소수의 찾아온 시청자에게 기대고 있습니다. 밤하늘과 공장의 소리가 그 자체로 사람을 불러오는 순간, 예를 들어 잠들기 전 틀어두는 플레이리스트나 매주 기다리는 고정 편성이 될 때, 이 실험은 비로소 공공 소통의 한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후에너지환경부 '9월의 낭송' 미연 영상 반응은 어땠나요?
A. 2026년 9월 4주 게시된 '빛을 잠시 내려놓고, 별을 바라보는 시간'은 조회 2,068회, 좋아요 294개, 댓글 175개로 참여율 22.68%를 기록했습니다. 잉크닷 무첨가지수 9월 4주 1위이며, 같은 시리즈 8월 권율 편(151회)보다 조회가 14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Q. 산업통상부 〈산업 ASMR〉은 어떤 콘텐츠인가요?
A. 배경음악과 자막 없이 볼트·섬유·커피·공기청정 설비 같은 산업 현장의 소리를 그대로 담은 시리즈로, 2026년 7월부터 게시되고 있습니다. 시리즈 조회 중앙값은 478회로 작지만, 섬유 공장 편을 제외한 참여율은 5.9%로 채널 평균(0.33%)을 크게 웃돕니다.

Q. 공공기관 유튜브에서 ASMR·멍 때리기 영상이 늘고 있나요?
A. 잉크닷 DB 기준 제목에 ASMR·백색소음·불멍·물멍 등이 들어간 영상은 2023년 4개 기관 15편에서 2025년 10개 기관 29편으로 늘었고, 2026년에는 9월까지 12개 기관이 28편을 올렸습니다. 2026년 이들 영상의 참여율은 1.26%로 전체 평균(0.81%)보다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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