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산업 ASMR' 영상, 투박한 산업 현장의 날것을 담아 내다
'산업'은 단어만 들어도 어렵고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을 전달하죠. 그래서일까요? 중앙행정기관 중 '산업통상부'는 유난히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다루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산업부가 만들어내는 콘텐츠를 유심히 바라보면, 어려운 산업 정보를 국민에게 이해하기 쉽게, 재미있게 전달하려는 노력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산업 ASMR 영상 콘텐츠 역시 그러한 범주 안에 들어갑니다. 공공기관 디지털소통 담당자는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꿈꾸지만, 현실에서는 그게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럼에도 산업 ASMR을 시도하고, 내부는 물론 영상을 시청하는 국민에게도 공감을 조금씩 이끌어 내고 있는 중입니다. 산업통상부 디지털소통팀 손현경 사무관님으로부터 산업 ASMR 콘텐츠의 시작과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들어봤습니다.

- 공공기관 유튜브 영상이라면 으레 정책이나 성과를 친절하게 설명하기 마련입니다. 설명이나 자막을 과감히 덜어내고, 산업 현장의 소리만을 담은 'ASMR' 포맷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국민도 보고 싶어 할까?"라는 고민이 늘 있었습니다. 저부터도 재미가 없으면 그냥 넘기거든요. 만드는 사람에게 중요한 내용이라고 해서, 보는 사람도 끝까지 봐주는 건 아니잖아요.
디지털소통팀에서 자주 하는 말이 '先 재미, 後 메시지'입니다. 재미는 꼭 웃음을 주는 것만은 아닙니다. 편안해서 계속 듣게 되고, 신기해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도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중 산업부 유관기관인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만든 기업 소개 영상을 보게 됐습니다. 인터뷰와 공정 설명이 중심인 영상이었는데, 시청자로서는 기업을 소개하는 설명보다, 그 뒤에서 들려오는 기계의 움직임과 제품이 만들어지는 소리에 오히려 관심이 쏠렸습니다.
농담처럼 "이거 말은 빼고 공장 소리만 들려주면 ASMR 되는 거 아니야?"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웃으며 던진 말이었는데, 생각할수록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잠시 쉬거나 집중할 때 틀어놓을 수 있는 영상이 된다면, 산업에 관심이 없던 분들도 찾아오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촬영된 원본이 있으니 설명을 걷어내고 소리를 살려보기로 했습니다. 기업을 소개하기 위해 담았던 현장에서,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할 소리를 발견한 셈입니다. 우연히 나온 한마디였지만,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것보다 국민이 보고 싶은 것을 만들자'는 고민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 메시지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공장멍' 스타일의 영상입니다. 정책 홍보 효과를 중시하는 조직 특성상 내부 결재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설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오히려 내부에서는 '최애 콘텐츠'입니다.(웃음) 공무원이라고 설명이 많은 영상을 늘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요. 저희도 시청자로서는 편하게 보고 듣고 싶습니다.
대변인님께서 평소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시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일단 해보자고 응원해주시는 편입니다.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시도라면 하고 싶은 것을 해보라는 분위기가 있어요. 덕분에 설명이 적다는 이유로 주저하기보다, 이 형식의 가능성을 먼저 시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실무자에게는 그 믿음이 큰 힘이 됩니다. 이번에도 처음의 아이디어를 지지해주셨기에, 현장의 소리에 집중한다는 기획을 끝까지 살릴 수 있었습니다.
"잠시나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 화려한 볼거리 대신 거칠고 투박한 산업 현장의 날것을 담았습니다. 이 시리즈가 어떤 시청자층에게 닿기를 바라고 기획하셨나요?
하루 종일 무언가를 해내느라 애쓴 분들이, 잠시나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계속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하고, 대답하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고 싶은 순간이 있잖아요. 저만 그런가요?(웃음)

그래서 산업이나 제조업에 관심이 있는 분들만을 생각하고 만든 영상은 아닙니다. 쉬고 싶어서 틀었는데 기계의 리듬에 귀가 머물고, 그러다 "우리가 쓰는 물건이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하고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과 부지런히 움직이는 기계의 소리를 담았지만, 시청자에게까지 무언가를 열심히 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편하게 보고 듣는 시간이면 충분했습니다. 산업 현장은 바쁘게 돌아가지만, 그 소리를 듣는 사람은 잠시 쉬어갈 수 있다는 점이 이 콘텐츠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실제 가동 중인 콘크리트 블록 공장 등 섭외가 까다로운 산업 현장을 다루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작업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데, 현장 섭외 과정에서의 가장 큰 어려움이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요?
이 시리즈에는 조금 다른 비하인드가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는 산업통상부 유관기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촬영해둔 제조 현장 영상을 ASMR로 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
*산업단지를 관리하고 입주기업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기관
산업단지공단이 현장을 촬영하고 기업들이 촬영에 협조해주신 덕분에, 저희도 그 영상을 활용해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가동 중인 공장을 촬영하는 만큼, 처음 현장을 섭외하고 촬영할 때는 어려움이 많았겠지만 산단공이 산단 입주 기업 지원 업무를 하며 쌓아온 신뢰가 현장의 문을 여는 데 중요한 바탕이 됐습니다. 현장을 담아주신 공단과 바쁜 작업 중에도 촬영에 협조해주신 기업 관계자분들 덕분에 가능한 작업이었습니다.
산단공 직원분들도 처음에는 같은 현장이 맞나 싶을 만큼 다른 영상으로 느끼셨다고 합니다.(웃음) 새로 촬영한 게 아니라 설명을 덜어내고 소리를 살렸을 뿐인데, 분위기가 달라진 거죠. 그동안 설명 뒤에 가려져 있던 소리가 이번에는 주인공이 된 셈입니다.

기존 촬영 자료를 재구성해 별도의 촬영 비용 없이 시리즈를 제작했습니다. 이미 정성껏 담아놓은 영상 안에는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 매력을 새롭게 발견해 국민께 전할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우리의 일상 뒤에는,
오늘도 무언가를 만드는 현장이 있다"
- ASMR 콘텐츠인 만큼 소리가 생명일 텐데요. 시청자에게 안정감과 몰입감을 동시에 주기 위해 촬영 및 편집 단계에서 가장 집요하게 파고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계속 듣고 싶은 소리인가"입니다. 제조 현장의 생생함도 중요하지만, 시청자가 편하게 머물 수 있어야 하니까요.
기존 촬영 원본을 활용하는 만큼, 편집에서는 각 공정의 소리가 가진 매력을 찾아 살리는 데 집중합니다. 반복되는 기계음의 리듬이나 부품이 맞물리는 순간을 충분히 들려주고, 장면이 바뀔 때 소리가 갑자기 튀거나 흐름이 끊기지 않는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드는 입장에서는 좋은 장면을 하나라도 더 넣고 싶지만, ASMR에서는 소리에 머물 시간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지?" 하고 귀를 기울였다가, 어느 순간 편안하게 듣고 있는 영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 명시적인 슬로건이나 텍스트는 없지만, 이 '산업 ASMR' 시리즈를 통해 산업통상부가 국민들에게 은연중에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우리의 일상 뒤에는, 오늘도 무언가를 만드는 현장이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매일 마시는 커피도, 입고 있는 옷도, 작은 볼트 하나도 누군가의 손과 여러 공정을 거쳐 우리에게 옵니다. 익숙하게 쓰다 보니 그 시작을 떠올릴 기회는 많지 않죠. 산업 ASMR은 그 현장에 잠시 귀를 기울여보자는 제안입니다.
거창한 성과나 숫자보다, 묵묵히 돌아가는 기계와 일하는 사람들의 소리를 통해 제조업이 우리 삶과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끼셨으면 했습니다. 영상을 보다가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하고 한 번 떠올려주신다면 충분합니다.
당연하게 쓰던 물건 너머의 현장을 발견하고, 그곳의 사람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 저희가 전하고 싶은 가치는 그 관심과 존중입니다.
더 나아가 그 현장 곁에 산업부가 있다는 것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삶을 만드는 산업 현장과 함께하며, 국민의 일상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부처로 느껴지기를 바랐습니다.
- 기존 홍보 영상들과는 확연히 다른 결을 보여준 만큼 구독자들의 반응도 색달랐을 것 같습니다. 기획자의 의도를 정확히 짚어냈거나, 가장 기억에 남는 시청자 댓글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댓글 하나하나가 정말 소중합니다. 진심이에요. 엄청난 반응이 쏟아진 콘텐츠는 아니지만, ASMR 콘텐츠에 대해 남겨주신 찐 댓글을 하루에도 몇 번씩 읽게 됩니다.
볼트편의 "적당히 집중 잘되는 백색소음이라 틀어두고 일합니다ㅋㅋㅋ"라는 댓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산업부 영상이 누군가의 업무 시간에 곁을 지켜주고 있다는 게 반가웠어요. "왔다..내 힐링영상…."이라는 반응도 좋았습니다. 저희가 바랐던 쉼의 시간을 실제로 누군가가 느껴주셨구나 싶어서요.

어묵편에서는 "못참고 어묵이랑 떡볶이 시켰습니다.."라는 말에 빵 터졌습니다. 그런데 "어묵공장이 거의 반도체 공장급"이라는 댓글도 있었어요. 편하게 보다가 익숙한 먹거리 뒤의 정교한 제조 공정을 발견하신 거죠. 기획 의도와 맞닿아 있어 특히 반가웠습니다.
"다음 편 예고해주면 좋겠어용~~"이라는 요청은 계속 만들어갈 힘이 됩니다. 저희도 대댓글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영상을 올리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댓글을 통해 보는 분들과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더 애착이 가는 콘텐츠가 됐습니다.
- 콘크리트 블록 공장에 이어, 앞으로 이 시리즈를 통해 꼭 소리를 담아보고 싶은 다른 산업 현장이나 분야가 있다면 살짝 귀띔해 주실 수 있을까요?
댓글에 "조선소나 자동차 공장도 보고듣고 싶어요"라는 제안이 있었는데, 저희도 꼭 담아보고 싶은 현장입니다. 작은 볼트 하나에서 시작했으니, 언젠가는 거대한 배가 만들어지는 소리까지 들려드리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자동차 공장은 여러 공정이 이어지는 만큼 어떤 리듬이 들릴지도 궁금합니다.
시청자분들이 듣고 싶은 현장을 먼저 제안해주신다는 게 반갑습니다. 저희끼리 다음 소재를 고민하던 시리즈가, 이제는 보는 분들과 함께 다음 편을 상상하는 콘텐츠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제안들을 소중히 챙기고 있습니다. "이 소리도 듣고 싶다"는 댓글이 실제 영상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고민하고 계신다면,
너무 망설이지 말고 한번 해보셨으면 합니다."
- 숏폼과 자극적인 콘텐츠가 쏟아지는 환경 속에서, 오히려 '덜어냄의 미학'으로 차별화를 만들어내셨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고민하는 다른 공공기관 유튜브 실무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희도 늘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실무자라, 조언보다는 응원을 전하고 싶습니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잘 전하고 싶은데, 정작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속상하잖아요. 저희도 그 마음을 잘 압니다.
이번 시도를 통해 느낀 건, 새로운 콘텐츠의 가능성이 이미 가진 자료 안에도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 소개 영상에서 설명을 덜어내자 현장의 소리가 들렸듯이, 익숙한 자료를 다른 시선으로 보면 뜻밖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더라고요. 농담으로 시작한 아이디어였지만, 한번 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시도가 큰 반응으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일하면서 틀어놓는다", "기다렸다", "다음 편도 보고 싶다"는 한마디를 만나면,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영상을 만들었구나 싶습니다. 댓글이 많지 않아도 그 반응은 큰 힘이 됩니다. 저희도 놓치지 않고 답하면서 계속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새로운 시도를 고민하고 계신다면, 너무 망설이지 말고 한번 해보셨으면 합니다. 저희도 가볍게 나눈 한마디가 시작이었으니까요. 저희도 아직 배우는 중이지만, 그 작은 시도가 국민과 만나는 또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무엇을 전달할지 고민하는 만큼, 국민이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도 함께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 산업 ASMR을 비롯해, 앞으로 산업통상부의 디지털 콘텐츠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요?

올해 8월 21일 대한민국 공공PR 대상에서 '공공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 부문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원유 수급 위기와 가짜뉴스 확산 속에서 국민의 불안을 낮추고 정부 신뢰를 높이기 위해 언론과 디지털 소통을 함께 펼친 노력을 인정받아 뜻깊었습니다.
그 상을 받고 나니, 팀원들과 함께 이루고 싶은 꿈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언젠가는 국민이 끝까지 보고, 무언가를 느끼고, 공감하는 디지털 콘텐츠만으로 대상을 받고 싶습니다. "좋아서 끝까지 봤는데, 알고 보니 산업부 영상이었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바쁜 하루에 잠깐 웃음을 주거나, 쉼이 되거나, 미처 몰랐던 산업 현장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대상은 그 꿈에 붙인 이름이고, 정말 바라는 건 국민의 마음에 남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입니다.
산업 ASMR에 남겨주신 "기다렸다"는 한마디처럼요. 그런 말을 하나씩 더 만나며, 이 팀과 함께 계속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