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암살자(들)' 논란에도 중앙행정기관은 왜 이리 조용할까?
영화 한 편이 국정감사장과 배우의 집 앞까지 번진 3주, 그리고 124일째 이어지는 올림픽공원 시위. 그동안 기관 유튜브 채널에는 무엇이 올라왔는지 잉크닷 데이터로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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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영화 '암살자(들)'이 개봉한 9월 4주부터 10월 1주까지 67개 공공기관이 유튜브에 영상 1,282편을 올렸지만, 이 영화를 언급한 영상은 한 편도 없었어요. 넉 달 넘게 이어진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도 6월 이후 기관 영상에서 사라졌습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일과 시민에게 필요한 사실을 알리는 일은 다르다는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영화 한 편이 지나간 3주
9월 23일 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이 개봉했어요. 1974년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일어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사건을 쫓는 경찰과 기자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추적극입니다. 추석 연휴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10월 5일까지 누적 관객이 223만 명을 넘었어요.

그 3주 동안 영화 바깥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영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사건의 배후처럼 연상시킨다며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했어요. 제작진의 사과와 정정, 상영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도 열렸죠.
- 한 시민단체는 영화를 제대로 심의하지 않았다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국토교통부 장관 등 6명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어요.
- 국정감사장에서도 여야가 맞붙었어요. 보훈부 산하 기관이 이 영화를 무료 관람작으로 고른 일, 정책금융기관이 이 영화에 투자한 일이 질의에 올랐습니다.
- 10월 4일에는 일부 단체와 유튜버들이 출연 배우의 집 앞에서 시위를 벌였어요. 해외 영화제에 상영 철회를 요구하는 움직임까지 나왔어요.
사실관계는 비교적 분명해요. 공식 수사와 재판은 재일교포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겨냥해 쏜 총에 육영수 여사가 맞아 숨졌다고 결론 내렸어요. 영화도 이 결론을 뒤집지 않고, 배후를 특정 인물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감독은 개봉 전 인터뷰에서 그 시절 진실을 좇고 신념을 지키려 했던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어요.
영화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관객의 몫이에요. 비판도 당연히 할 수 있죠. 그런데 비판이 고발로, 상영 중단 요구로, 배우의 집 앞 시위로 번진 건 다른 문제예요. 영화를 영화로 보지 않을 때 치르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커졌습니다.
그 3주, 기관 유튜브에는 무엇이 올라왔을까
잉크닷은 매주 68개 공공기관의 유튜브 영상을 모아 분석해요. 영화가 개봉한 9월 4주부터 10월 1주까지 67개 기관이 영상 1,282편을 올렸습니다.
| 기간 | 게시 기관 | 게시 영상 | '암살자(들)' 언급 영상 |
|---|---|---|---|
| 2026년 9월 4주~10월 1주 | 67곳 | 1,282편 | 0편 |
제목에도, 설명란에도 이 영화를 다룬 영상은 없었어요.

정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10월 5일 SNS에 "영화에 대한 평가는 자유이지만, 창작자에 대한 신변 위협은 민주주의의 파괴입니다"라는 글을 올렸어요. 출연 배우와 제작진의 안전 조치를 경찰에 요청했고, 영화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면 법원의 판단을 구하라고도 했죠. 좋은 메시지였어요.
다만 이 메시지는 장관 개인 SNS에 머물렀어요. 같은 기간 문체부 유튜브 채널에는 「"암표, 이제 그만!"」 캠페인 영상과 우리말 다짐 영상이 꾸준히 올라왔습니다. 채널은 평소처럼 움직였고, 논란이 된 이야기만 비켜 갔어요.
124일째, 올림픽공원
조용한 건 이 영화 하나만이 아니에요.

6월 3일 지방선거 개표소였던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서는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봉쇄 시위가 넉 달 넘게 이어지고 있어요. 10월 7일 국정감사에서는 "무법천지"라는 말까지 나왔죠. 공원을 운영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측 자료를 보면 피해는 이렇습니다.
| 항목 | 피해 규모 |
|---|---|
| 대관 취소 (공연·행사 19건) | 약 16.2억 원 |
| 시설 파손 (셔터, 방화문, 유리창 60여 장 등) | 약 4.9억 원 |
| 주차장 점거 (150면) | 약 2.6억 원 |
| 입점업체 임대료 감면 등 | 약 2.2억 원 |
| 상가 상품 손실·물품 | 약 0.2억 원 |
| 합계 | 약 26.2억 원 |
기관 유튜브에서 이 시위가 다뤄진 건 6월 3~4주가 마지막이에요. 국무총리실이 국무회의 발언과 선관위 개혁 토론회 영상을 네 편, 행정안전부가 대국민 담화문을 한 편 올렸어요. 그 뒤 넉 달 가까이 관련 영상은 없었습니다.
공연이 취소된 관객은 환불을 어디서 받는지, 공원의 어느 구역을 지금 이용할 수 있는지, 시설 피해는 누가 어떻게 책임지는지. 시민이 궁금한 건 이런 것들이에요.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질문도 아니죠.
왜 조용할까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아요.
공무원에게는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어요. 여야가 맞붙은 사안에 기관이 영상을 내면, 내용과 상관없이 한쪽 편을 들었다는 말을 듣기 쉽죠. 고발까지 걸려 있는 사안이라면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담당자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올리지 않는 게 가장 안전한 선택이에요. (물론 저라고 그 자리에서 선뜻 영상을 기획할 자신이 있는 건 아닙니다 ^^;)
그래도 하나는 구분했으면 해요. 해석 논쟁에 끼어드는 것과 기관이 말할 수 있는 영역에서 말하는 것은 다른 일이에요.
기관이 말할 수 있는 것
영화를 두고 어느 쪽 해석이 옳은지 기관이 판정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중립을 해치지 않고도 할 수 있습니다.
첫째, 확정된 사실. 1974년 사건에 대한 공식 수사와 재판의 결론은 무엇이었는지. 역사를 다루는 기관이 사실을 정리해 주면, 논쟁은 그 사실 위에서 이어질 수 있어요.
둘째, 창작의 자유와 창작자의 안전. 장관이 SNS에 쓴 메시지를 그대로 문체부 채널에서 말해도 됐어요. 비판은 자유지만 집 앞 위협은 안 된다는 건 민주사회의 기본 원칙이니까요.
셋째, 피해 시민을 위한 안내. 올림픽공원 공연 취소와 환불, 공원 이용 가능 구역, 피해 복구 계획. 이건 그 자체로 행정 서비스예요.
넷째, 국정감사에서 나온 질문에 대한 설명. 단체관람을 왜 했는지, 정책금융 투자는 어떤 절차였는지. 기관이 직접 설명하지 않으면 그 자리는 추측과 음모론이 채웁니다.
이번 주 [잉크픽]에서 다룬 국토교통부의 「사무관 댓글 읽기」는 47만 회를 기록했어요. 시민이 남긴 질문에 기관이 직접 답했을 때 어떤 반응이 오는지 보여준 영상이죠. 반대로 시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순간에 채널이 조용하면, 그 질문은 기관이 아닌 다른 곳에서 답을 찾게 돼요. 그 '다른 곳'이 늘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마무리
공공기관 유튜브는 지난 몇 년 사이 많이 달라졌어요. 공무원이 직접 출연하고, 댓글에 답하고, 밈을 따라 하기도 하죠. 잉크닷은 그 변화를 매주 기록하며 응원해 왔어요.
그런데 즐겁고 안전한 이야기에서만 친근한 채널은 반쪽짜리예요. 사회가 시끄러울 때, 시민이 사실을 필요로 할 때 기관 채널이 어디에 서 있는지도 그 채널의 성적표예요. 해석은 시민에게 맡기되, 사실과 원칙과 안내는 기관이 먼저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조용함이 중립의 다른 이름처럼 쓰이는 일은 이제 줄었으면 해요.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암살자(들)'은 어떤 영화이고, 왜 논란이 됐나요?
A. 허진호 감독의 영화로 2026년 9월 23일 개봉했으며,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미스터리 추적극입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배후처럼 연상시킨다며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했고, 고발과 상영 중단 요구, 배우 자택 앞 시위로 논란이 커졌습니다. 공식 수사·재판 결론은 문세광의 총격이며, 영화는 배후를 특정하지 않습니다.
Q. 공공기관 유튜브는 '암살자(들)' 논란을 다뤘나요?
A. 잉크닷 분석 결과, 개봉 주인 9월 4주부터 10월 1주까지 67개 공공기관이 올린 영상 1,282편 가운데 이 영화를 다룬 영상은 없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0월 5일 개인 SNS로 창작자 신변 위협을 비판하는 입장을 냈지만, 기관 유튜브 채널에는 관련 영상이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Q.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의 피해 규모는?
A. 2026년 6월 지방선거 개표소였던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 봉쇄 시위는 10월 7일 기준 124일째 이어졌고, 국민체육진흥공단 측 자료로 공연·행사 19건 취소 등 피해액이 약 26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기관 유튜브에서는 6월 국무총리실·행정안전부 영상 5편 이후 관련 영상이 없었습니다.
출처: 다음뉴스(9/28) 영화 개요·의원 발언, 경향신문(10/5) 장관 SNS·배우 자택 시위, 파이낸셜뉴스(10/1) 고발, 파이낸셜뉴스(10/6) 국감 공방, 노컷뉴스(10/9) 올림픽공원 피해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