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픽] 3주째 같은 자리에 있는 호랑이, 그리고 회의실을 그대로 내보낸 시장
잉크닷 픽(pick)은 주간 단위 중앙행정기관과 광역자치단체의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분석하며 잉크닷 에디터가 눈여겨 본 콘텐츠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새로운 유형, 시도 또는 다른 영상과 차별된 부분이 보이는 영상을 선택하며 그 이유와 성과를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주 잉크픽은 조금 다른 기준으로 골랐습니다. 새로 등장한 영상이 아니라, 이미 몇 주째 같은 자리에 있는 영상들입니다. 매주 무첨가지수를 뽑다 보면 대개 얼굴이 바뀝니다. 그 주에 터진 이슈, 그 주에 잘 만든 한 편이 올라왔다가 다음 주면 사라지죠. 그런데 이번 주 무첨가지수 상위권에는 지난주에도, 그 지난주에도 봤던 이름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산림청과 울산광역시입니다.
3주 연속 무첨가지수. 이건 우연이 아니라 시스템입니다
산림청의 [🐯HO랑이] EP.8 아닌 것 같지만 호랑이 맞아요가 이번 주 무첨가지수 2위에 올랐습니다. 조회수 3,531회, 좋아요 402개, 댓글 127개. 참여율 14.98%입니다.
숫자만 보면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3천 회대 조회수는 이번 주 전체 평균(13,684회)의 4분의 1 수준이고, 조회수 TOP10 근처에도 못 갑니다. 그런데 이 영상이 잉크픽인 이유는 이번 주 수치가 아니라 지난 3주의 무첨가지수가 상위를 기록했 때문입니다.
- 6월 4주 EP.6 — 조회수 5,093회 / 좋아요 522 / 댓글 351 / 참여율 17.1%
- 7월 1주 EP.7 — 조회수 3,569회 / 좋아요 438 / 댓글 125 / 참여율 15.77%
- 7월 2주 EP.8 — 조회수 3,531회 / 좋아요 402 / 댓글 127 / 참여율 14.98%
세 주 연속 무첨가지수 상위권입니다. 그리고 더 눈여겨볼 건 편차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조회수 3,500~5,000회, 좋아요 400~520개, 참여율 15~17%. 마치 정해진 궤도를 도는 것처럼 매주 같은 자리에 착지합니다.
인상적인 건 댓글입니다. 이번 주 일반영상의 댓글 수 중앙값은 2개인데, HO랑이 EP.8에는 127개가 달렸습니다. 3,531회 조회에 댓글 127개면, 대략 28명 중 1명이 댓글을 남겼다는 뜻입니다. 조회수 5만·10만짜리 영상들이 댓글 한 자릿수를 기록하는 와중에 말이죠.
콘텐츠 자체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백두대간수목원의 호랑이들(태범, 한, 우리, 무궁, 도)이 나오고, 제목은 매번 밈처럼 씁니다. '방학 끝났다, 하드 털자', '우릴 불러 쟤네 범크크!'. 호랑이 보존이라는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이름 붙은 개체들의 캐릭터 예능으로 풀었습니다.
그런데 이 캐릭터에 이름이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호랑이가 아니라 '태범'이고 '무궁'입니다. 시청자는 매주 같은 호랑이의 안부를 확인하러 옵니다. 산림청은 정책을 알리는 채널이 아니라, 매주 돌아올 이유가 있는 채널을 만든 겁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8화까지 왔는데 조회수가 늘지 않습니다. EP.6에서 5,093회였던 게 EP.8에서 3,531회로 오히려 줄었습니다. 지금의 3,500명은 이미 HO랑이를 아는 사람들이고, 새로운 유입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시리즈물의 숙명이기도 합니다. 8화까지 쌓이면 신규 시청자는 '지금 들어가면 늦었나' 싶어 클릭을 주저하거든요. 산림청이 지금 필요한 건 새 포맷이 아니라, 이 시리즈로 신규 유입을 만드는 장치입니다. 개별 호랑이의 캐릭터 소개 쇼츠라든가, EP.1~7을 압축한 진입용 영상이라든가. 이미 만든 자산을 다시 쓰는 방향이면 충분합니다.
3주 연속 잉크닷이 이 시리즈를 짚었습니다. 다음 주에 EP.9가 또 올라오길, 그리고 그때는 조회수도 함께 올라 있길 바랍니다.
시장의 회의실을 그대로 내보냈더니, 지자체 최고 참여율이 나왔습니다
울산광역시의 실·국장 회의 쇼츠 시리즈가 이번 주 무첨가지수 TOP10에 세 편을 올렸습니다.
- #3대메가프로젝트 #속도가생명 — 조회수 1,518회 / 좋아요 218 / 참여율 14.62%
- #안전 — 조회수 2,351회 / 좋아요 328 / 참여율 14.25%
- #산업AX — 조회수 1,923회 / 좋아요 160 / 참여율 8.42%
세 편 다 조회수는 1,500~2,400회입니다. 이번 주 지자체 평균 조회수(6,464회)의 3분의 1도 안 됩니다. 그런데 참여율은 지자체 전체 최고 수준이고, 이번 주 쇼츠 참여율 중앙값(1.03%)의 14배입니다.
영상을 보면 더 놀랍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김상욱 시장이 실·국장 업무보고 회의에서 하는 말을 잘라냈고, 자막을 얹었고, 해시태그를 달았습니다. 끝입니다. 연출도, 유명인도, BGM 신경 쓴 흔적도 없습니다. 제목조차 '실·국장 회의' 다섯 글자에 해시태그를 줄줄이 붙인 게 전부입니다.
차이는 길이와 편집점입니다. 풀영상은 263회, 그걸 잘라낸 쇼츠는 1,500~2,400회에 좋아요 수백 개. 같은 소재, 같은 화면, 같은 사람인데 결과가 열 배 가까이 벌어집니다. 울산시가 발견한 건 새로운 콘텐츠가 아니라, 이미 찍고 있던 걸 다시 자르는 법입니다.
여기서 짚어둘 게 있습니다. 울산시는 이번 주 22건을 올려 지자체 게재수 1위였습니다. 그런데 총 조회수는 3.2만 회, 편당 1,452회로 조회수 순위는 7위입니다. 숫자만 보면 '많이 올렸는데 안 터진 채널'입니다.
하지만 좋아요는 1,159개로 지자체 최상위권이고, 채널 전체 참여율은 3.9%입니다. 같은 주 조회수 1위 충청남도(26.6만 회)의 참여율이 0.15%인 것과 비교하면 26배입니다. 충남은 위로·응원 쇼츠 세 편으로 21만 회를 만들었지만 그 세 편의 댓글은 모두 0개였습니다. 도달은 컸지만 대화는 없었습니다.
울산은 정확히 반대를 택했습니다. 도달을 포기하고 밀도를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이건 실수나 우연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22건 중 상당수가 시장의 일정·발언·현장을 다루고 있고, 지난 7월 1주에도 취임 관련 쇼츠들이 참여율 5~7%대를 기록했습니다. '시장을 콘텐츠로 쓴다'는 방향이 몇 주째 일관됩니다.
왜 반응이 올까요. 개인적으로는 '가공되지 않았다'는 신호 자체가 콘텐츠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시민이 공공기관 영상에서 가장 지겨워하는 건 홍보 문법입니다. 예쁘게 찍고, 좋은 말만 하고, 성과만 나열하는 것. 그런데 실·국장 회의 쇼츠에는 그게 없습니다. 시장이 회의실에서 실·국장들에게 '속도가 생명'이라고 다그치는 장면은, 홍보물이 아니라 일하는 현장처럼 보입니다. 시민 입장에서 '내가 뽑은 사람이 저기서 저러고 있구나'를 확인하는 창구가 되는 거죠.
물론 한계도 분명합니다. 좋아요는 붙는데 댓글은 안 붙습니다. 세 편의 댓글이 각각 4개, 7개, 2개입니다. 참여율 14%가 거의 전부 좋아요에서 나온 수치라는 뜻이고, 이건 '지지의 표시'는 되지만 '대화'는 아닙니다. 실제로 이번 주 울산의 총 댓글은 88개로, 서울(482개)·경기(388개)에 크게 못 미칩니다.
시장 발언 쇼츠는 구조상 대답할 여지를 주지 않습니다. 시장이 말하고, 시민은 끄덕이거나 안 끄덕이거나. 여기서 한 걸음 더 가려면 질문이 필요합니다. 회의에서 나온 안건 중 하나를 잘라 '이거 어떻게 생각하세요'로 끝내는 편집이라든가, 시민 댓글을 다음 회의 쇼츠에서 언급하는 순환 구조라든가.
그리고 조회수 1,500~2,400회는 울산 인구(약 110만)를 생각하면 아직 작습니다. 반응은 확실히 만들었으니, 이제 도달을 붙일 차례입니다.
이번 주 두 편의 공통점은 '매주 같은 걸 한다'는 점입니다.
산림청은 3주째 호랑이를 내보내고, 울산은 매주 시장을 내보냅니다. 새로운 시도도, 화제성도, 대형 IP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 조회수 상위권을 휩쓴 136만 회 이벤트 영상(참여율 0.09%)이나 15만 회 공모전 안내(참여율 0.005%)보다, 3,500회짜리 호랑이와 1,500회짜리 회의 영상이 훨씬 많은 사람을 움직였습니다.
공공기관 유튜브에서 가장 어려운 건 잘 만드는 게 아니라 계속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P.8까지 온 호랑이와, 매주 회의실을 여는 시장. 다음 주에도 이 자리에서 만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