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픽] 낚시꾼의 '실패'가 정책의 '성공'으로 : 해수부와 진석기의 티키타카
잉크닷 픽(pick)은 한 주간 모니터링한 공공기관 유튜브 영상 가운데, 에디터의 눈에 띈 콘텐츠를 골라 그 시도와 의미를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이번 주 주목한 영상은 해양수산부의 〈갯벌과 에메랄드 해변이 함께! 서해의 몰디브 민어도에 왔습니다! │들섬날섬2 EP.2〉입니다. 정보 전달을 위해 단순히 인플루언서를 ‘기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크리에이터 고유의 캐릭터와 서사를 정책 홍보의 틀 안에 완벽히 이식한 보기 드문 수작입니다.
공공과 유튜버, 그 아슬아슬하고 유쾌한 동거
공공기관이 인플루언서와 손을 잡을 때 범하는 가장 흔한 실수는 크리에이터의 색깔을 지우고 기관의 '스피커'로만 소모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대다수의 협업 영상은 인플루언서의 개성이 죽어버린 채 기존 공공 홍보물과 다 바 없는 결과물로 전락하곤 합니다.
반면, 해수부는 인기 낚시 유튜버 '진석기'의 오리지널 포맷(낚시 도전 및 조과에 따른 체험)을 온전히 존중했습니다.
영상은 진석기가 낚시에 '실패'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물고기를 낚지 못해 당황하는 유튜버와 그를 놀리는 해수부 담당자의 티키타카는 공공기관 영상 특유의 권위주의를 가볍게 지워버립니다. "안 잡히면 갯벌에 끌고 들어가겠다"는 농담은 낚시꾼에게는 가혹한 벌칙이지만, 시청자에게는 이 콘텐츠가 대본대로 짜여진 가식적인 홍보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강력한 방증입니다.
많은 공공기관이 인플루언서 협업을 단발성 이벤트로 소비하고 성과 부족을 겪는 것과 달리, 해수부는 〈들섬날섬2〉라는 긴 호흡의 시리즈로 브랜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의 서사와 팬덤이 누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기에, 단기 조회수 소모에 그치지 않고 고정 시청층을 자연스럽게 정책의 수용자로 흡수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 정보의 '양념화', 자연스러운 침투
안전 수칙이나 환경 정책 같은 딱딱한 정보는 낚시 과정에 '퀴즈'와 '안전 점검'이라는 형태로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 안전 수칙: 갯바위 낚시를 준비하며 구명조끼 착용 의무를 자연스럽게 언급하고, 안전지킴이와의 대화를 통해 밀물·썰물 시간을 강조합니다. 교육이 아니라 '낚시를 잘하기 위한 팁'으로 정보를 소비하게 만든 설계입니다.
- 퀴즈형 정보 습득: 고기를 잡지 못해 상품(음식)을 얻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내는 퀴즈는 정책 정보를 시청자가 스스로 고민하게 만듭니다. 보도자료 대신 ‘낚시꾼의 승부욕’을 동력 삼아 정보를 각인시키는, 메시지 설계의 영리한 변주입니다.
이 영상은 조회수 약 7.7만 회를 기록했습니다. 단순히 조회 규모만 큰 것이 아닙니다. 17분이 넘는 긴 호흡의 영상임에도 400여 개의 댓글과 1,600개가 넘는 좋아요가 쏟아졌습니다. 이는 해수부 채널의 시청자들이 정책을 들으러 온 것이 아니라, 진석기의 낚시 예능을 보러 왔다가 해수부의 정책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규모(조회)와 밀도(참여)를 모두 잡은, 공공 소통의 모범적인 협업입니다.
공공기관이 유튜브를 운영하며 가장 흔하게 범하는 실수는 '우리 이야기를 봐달라'고 조르는 것입니다. 하지만 해수부는 '당신들이 좋아하는 예능을 가져와, 그 속에 우리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제안했습니다.
진석기에게 민어도가 '풀지 못한 숙제'이듯, 공공 소통에도 매번 '풀어야 할 숙제'가 있습니다. 인플루언서의 개성을 거위의 배 가르듯 지워버리는 관성에서 벗어나, 땀 흘리며 갯벌을 파고 쩔쩔매는 유튜버의 진짜 서사 속에 정책의 진심을 담는 것. 그것이 바로 공공 소통이 취해야 할 가장 유연한 미래일 것입니다.
